[화담일보=윤서린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줄고 보증금 부담이 커지면서 경기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세입자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서울 전세살이를 끝내고 경기 남부에서 아파트를 매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동아일보의 11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서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1.0%였다.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 감소했다.
7월 서울 광진구에서 경기 안양시로 이사한 박모 씨(30)는 4년간 살던 아파트의 계약 만료를 두 달 앞두고 집주인에게 월세 전환을 통보받았다. 보증금 중 2억원을 돌려받고 월세를 더하는 반전세로 바꾸면 추가 주거비가 연간 200만원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그는 주변 전세 매물을 알아봤지만 매물이 적고 보증금도 크게 올라 안양으로 옮겼다. 서울 성북구 직장까지 왕복 통근 시간은 한 시간 늘었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에 살던 김모 씨(35)도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를 받고 화성시 동탄구로 옮겼다. 아내와 자녀 한 명이 함께 살 아파트를 서울에서 보증금 4억원으로 찾기 어려웠고, 강남 쪽 직장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동탄을 선택했다. 세입자가 계약 만료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집주인은 원칙적으로 거절할 수 없지만, 집주인이나 직계가족이 직접 거주하려는 경우 예외적으로 거절할 수 있다.
전세 공급 부족의 배경으로는 갭투자 차단과 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워지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0월 말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1350건으로, 1년 전 2만4486건보다 12.8% 줄었다. 자치구별 감소율은 동대문구가 60.9%로 가장 컸고 중랑구 45.0%, 도봉구 43.8%, 노원구 40.8%, 종로구 33.7% 등이었다.
KB부동산의 10월 월간 주택가격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8.7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북 14개 구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281만원으로 처음 6억원을 넘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앞서 7월 7억원을 돌파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상 1월 첫째 주부터 10월 넷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8.91%로 매매가격 상승률 8.73%보다 높았다.
서울 아파트값이 90주 연속 오르는 가운데 경기 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한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에서 군포로 옮겨 집을 산 회사원 이모 씨(33)는 “집값이 떨어질 것 같지 않고, 돈을 모은다고 나중에 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며 “아직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 남부 집을 찾아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맞다고 보고 무리해서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KB부동산 기준 올해 1~10월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6.3% 올라 서울 10%에 이어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10월 한 달 동안 화성시 동탄구는 2.7% 이상, 수원 영통구와 군포시는 2% 넘게 상승했다. 동탄구는 한국부동산원 주간 조사에서도 29주 연속 아파트값이 올랐다. 올해 전용면적 84㎡ 최고 거래가가 20억원을 넘은 수도권 지역에는 서울 성북·동대문구와 함께 화성시 동탄구, 수원시 영통구, 성남시 수정구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과 교통 호재에 서울에서 이동한 수요까지 더해져 오름세가 경기 남부 외곽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공급 절벽과 집값 상승 기대가 겹친 수요를 감안하면 군포·의왕 등 인접 지역으로 오름세가 번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비사업에 따른 추가 이주 수요도 변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 현황을 분석한 결과, 6월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구역은 66곳이었다. 해당 구역에서 사업이 진행되면 주택 4만8249채가 멸실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3년 안에 5만 가구 규모의 이주 수요가 생기고 전세 공급 부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