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김은비기자] 젠지(Gen.G)의 미드 라이너 ‘쵸비’ 정지훈이 오랜 도전 끝에 처음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 무대에 오른다. 여러 차례 세계 정상에 도전했지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던 그에게 이번 성과는 선수 경력의 새로운 이정표다. 그의 여정은 경기 결과뿐 아니라 선수의 도전과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경험이 e스포츠 문화에서 갖는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젠지는 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앨런의 크레디트 유니언 오브 텍사스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2026 롤드컵 4강전에서 중국의 인빅터스 게이밍(IG)을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쵸비에게는 2019년 첫 롤드컵 출전 이후 여덟 번째 도전 만에 얻은 결승 무대다.
정상급 선수에게도 멀었던 롤드컵 결승
2018년 그리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쵸비는 뛰어난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국내 e스포츠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2019년 처음 출전한 롤드컵에서는 8강에 올랐지만 IG에 패하며 대회를 마쳤다.
이후 여러 팀을 거쳐 2022년 젠지에 합류한 그는 국내 리그에서 꾸준히 우승 경력을 쌓았다. 2024년과 2025년에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국제대회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롤드컵 결승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2022년에는 DRX, 2024년에는 T1, 2025년에는 KT 롤스터에 각각 4강에서 패하며 도전을 마무리했다. 국내외 다른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음에도 롤드컵 결승 진출은 오랫동안 이
루지 못한 목표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기록은 이번 결승 진출이 단순한 한 경기의 승리를 넘어서는 이유를 보여준다. 오랜 시간 이어진 도전과 탈락, 그리고 다른 무대에서 축적한 경험이 함께 놓여 있기 때문이다.

부담을 내려놓고 즐기는 경기로
이번 결승 진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경기 이후 공개된 쵸비의 인터뷰다.
8일 경기 후 진행된 공식 현장 인터뷰에서 정지훈은 과거 롤드컵에서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과 부담감 때문에 대회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반면 이번 대회에서는 그러한 부담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위해 즐거운 경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들려온 팬들의 함성도 경기를 즐겁게 만드는 요소였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쵸비가 이번 대회에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과거의 탈락 경험을 모두 극복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선수 스스로는 이전과 다른 태도로 경기에 접근하고 있음을 설명한 셈이다.
경기 기록을 넘어 이어지는 선수의 이야기
e스포츠에서 선수의 활동은 경기 결과만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대회 중계와 경기 영상, 선수 인터뷰, 구단이 공개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선수의 활약과 경력이 팬들에게 소개된다.
쵸비 역시 2019년 첫 롤드컵 출전부터 2026년 첫 결승 진출까지 여러 시즌에 걸쳐 도전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는 서로 다른 팀과 동료, 국내외 우승 경험, 그리고 세계대회에서의 탈락이 함께 기록돼 있다.
이처럼 여러 해에 걸쳐 이어진 선수의 경력은 팬들이 과거 경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지켜볼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여덟 번째 도전, 팀과 함께 넘은 4강의 벽
이번 롤드컵 4강전에서도 젠지의 결승 진출은 한 선수만의 활약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젠지는 IG를 상대로 1·2세트를 연달아 가져오며 우위를 점했다. 3세트에서는 상대의 반격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캐니언’ 김건부의 드래곤 스틸과 ‘룰러’ 박재혁의 활약 등을 바탕으로 경기 흐름을 되찾았다. 이후 마지막 교전에서 승리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쵸비 역시 미드 라이너로서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그의 첫 결승 진출은 개인의 오랜 도전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면서, 동료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젠지는 오는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T1과 빌리빌리 게이밍(BLG)의 4강전 승자를 상대한다. 쵸비는 이 경기에서 생애 첫 롤드컵 우승에 도전한다.
결승 결과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2019년부터 이어온 도전 끝에 처음 결승에 올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국내 리그와 MSI에서 우승을 경험한 쵸비에게 이제 남은 목표는 롤드컵 정상이다. 반복된 도전 끝에 마침내 결승에 도달한 그의 여정은 e스포츠가 경기 결과뿐 아니라 선수의 시간과 경험을 통해서도 이야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넘어서지 못했던 4강의 벽을 넘어선 쵸비. 그의 첫 롤드컵 결승은 우승 트로피를 향한 마지막 경기이자, 지금까지 이어온 도전의 다음 장면이 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