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럭 사이에서, 도로와 보도 경계석 틈에서, 옹벽 난간에서, 돌무지에서 자라는 꽃이나 나무를 보고 감탄하신 적 있으시죠?
얼마 전 차가운 시멘트로 포장된 길의 갈라진 틈으로 털별꽃아재비 꽃핀 것을 보았습니다.
그 생명력이 하도 장하고 대견해서 진부한 감탄을 터트리던 참에 이런 생각이 솟아났습니다.
‘생명은 본래 틈에서 자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온갖 작물과 꽃, 나무는 흙 틈을 비집고 자라납니다.
빈틈없는 딱딱한 땅을 상상해 보세요.
사람도 사람 틈에서 자라납니다.
나를 품어줄 사람 한 명 없는 세상을 떠올려 보세요.
만약 하늘에 틈이 없었던들 환웅이 이 땅에 내려와 신시를 세우지 못했을 겁니다.
틈이 없으면 밀폐된 죽은 공간, 감옥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랑스럽게도 그 감옥의 모범수가 되기를 열망하는 듯합니다.
틈이 있으면 얼간이, 불성실한 사람, 미성숙한 사람으로 취급받기에, 사람들은 이를 앙다물고 자기의 틈을 단호히 부정하고 허망한 것으로 메우려 애쓰기도 합니다.
틈이 있어야 물도 새고, 바람도 불고, 생각도 스미고, 새로운 사고와 문물도 들어올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결국 틈은 ‘길’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이 틈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털별꽃아재비 뿌리내린 쩍 갈라진 시멘트 틈은 제 몸 사이로 무수히 나 있는 틈과 연결되었습니다.
저는 매일 균열하고 있고, 그 틈새가 벌어지는 만큼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고, 어처구니없게도 환갑이 넘어서까지 균열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껏 어울리던 사람과 틈이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은행 잔고의 틈을 확인할 때마다 식은땀이 흘렀지요.
건강과 미래, 노후의 틈을 상상해서 미리 걱정하고 미리 불안해하기도 했고요.
한마디로 인생에 금이 갈까, 틈이 생겨 무너질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이제는 틈을 길로 볼 것입니다.
매일 균열되는 저를 다그치지 않고 그냥 바라보고, 틈이 두려워 길을 지우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어느 날 제 몸에서도 털별꽃아재비 소복이 자랄 테지요.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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