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세 노인과 24세 소녀의 사상로맨스
[태미사변泰未思辯]은 태상泰相과 미래未來의 사상논쟁이다. 재미 작가 이태상과 서울대 학생 김미래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주고받은 사상논쟁을 기록한 책이다. 이태상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나와 코리아헤럴드, 코리아타임스 기자를 역임하고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80세의 노장이다. 김미래 학생은 24세 청춘으로 서울대 의류학과에 재학 중이면서 1인기업 ‘에그코어 Eggcore’를 운영하는 의상디자이너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다른 공간에 살고 있으며, 56년의 나이 차이가 나는 대학 선후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개월 동안 둘은 삶과 인생과 우주의 근본문제에 대하여 이메일로 토론을 벌였다. 태상의 편지는 단세포 아메바 같은 생명의 씨앗인 남성이 신비로운 우주의 자궁 같은 여성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미래의 편지는 만물의 고향인 여성이 메마르고 거친 황무지 같은 남성들에게 보내는 단비 같은 답장이다. 400여 년 전 퇴계와 고봉이 26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주고받은 사상논쟁에 비견될 만한 큰 사건의 태미사변泰未思辯이다.
우리 몸이 똥자루라면 우리 몸은 먹기에 달렸고, 먹기보다는 심고 품고 낳기에 따라서 천하거나 귀하게 추하거나 아름답게, 전혀 다른 삶과 세상이 되지 않던가요, 몸이라는 자루에 어떤 레벨과 타이틀을 붙여 놓든 상관없이 말이지요.
-33쪽
삶에 레벨과 타이틀을 두는 것은 자신을 옭아매는 일입니다. 레벨과 타이들을 따지는 순간 더 뻔쩍거리는 그것을 얻기 위해 허황된 나, 결국 다수의 타인과 사회를 기준으로 보이기에 아름답고 위대한 ‘나’아닌 가짜의 ‘나’가 되는 게 아닐까요. ‘나’의 겉 포장지를 꾸미는데 급급하여 진정으로 아름다운 자신의 내면을 보지 못한 채 말입니다.
-35쪽
우리 각자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부터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삶을 살다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부터 천만 억까지 모든 게 다 수수께끼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큰 그림은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런 만큼 어린이들처럼 소꿉놀이하듯 아주 작은 코딱지 같은 그림을 그려가면서 신나고 재미있게 놀아볼 일입니다. 때로는 코에는 ‘코딱지’ 똥꼬에는 ‘똥딱지’까지 맛있게 뜯어먹어가면서 말이지요. 우리 모두 하나같이 ‘호기심딱지’일 뿐이지요.
-155쪽
매일매일이 수수께끼지요. 그 수수께끼 수수깡으로 알록달록 모빌을 만드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무서울 게 뭐가 있고, 위험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전 세상에서 제 자신이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데요. 매일매일이 위험천만,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으로 스릴을 즐기지요. 마치 뭔지도 모르고 세균이 몇 억 마리가 있든 없든 알게 뭐고 코딱지를 파먹고 흙을 주워 먹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당당한 듯 거침없는 걸음과 달리기하다 제 스스로 넘어지기도 하는 그런 천방지축 어린아이처럼요. 그래야 코딱지가 짭조름한 줄 알고 흙이 맛없는 줄 알고 넘어졌을 때 아픈 줄 알지요.
-156쪽


